국가인권위원회(아래 인권위)는 코로나19 감염에 취약한 정신의료기관의 시설 기준을 개선하고, 감염을 이유로 완화된 입원절차제도가 인권을 침해할 수 있다며 방안 마련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인권위는 정신의료기관에서 발생한 차별 사건을 기각하면서도 정신의료기관의 시설 개선이 필요하다고 판단해 12일 보건복지부 장관에게 이러한 의견을 표명했다.
- 정신의료기관 9~10인실 과밀병실로 감염병에 특히 취약
정신의료기관은 ‘의료법’에 근거한 의료기관이지만 시설 규격은 ‘정신건강증진 및 정신질환자 복지서비스 지원에 관한 법률(아래 정신건강복지법)’ 시행규칙의 적용을 받는다.
이 기준에 따르면, 정신의료기관 병실은 일반병원 병실보다 턱없이 좁다. 그뿐만 아니라, 병상 간 최소 확보 거리가 규정된 일반병원 병상과 달리 정신의료기관은 병상 간 최소 확보 거리조차 없어 ‘좁은 공간에 병상이 다닥다닥 붙어 있는 구조’가 필연적으로 만들어질 수밖에 없다.
인권위는 “이로 인해 정신의료기관의 입원 병실은 침대 9~10개가 칸칸이 놓여 있고, 개인에게 허락된 공간은 침대와 침대 사이에서 겨우 서 있을 정도에 불과했다”며 “(이러한 구조는) 사생활이 전혀 보장되지 않을 뿐 아니라 불안한 심리상태로 입원한 정신질환자 사이의 긴장과 갈등을 유발해 오히려 치료효과를 떨어뜨리는 요인이 된다는 지적이 끊임없이 제기됐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현행 기준에 따르면 “침대와 침대 사이에서 겨우 서 있을 정도”의 개인적 공간도 갖기 어렵다. “기존 의료기관은 최소한 병상 간 1.0m 이상의 거리를 확보하도록 하고 있으나 정신의료기관은 이에 해당하지 않”기 때문이다.
또한 일반의료기관 입원실에는 세면대, 환기시설을 의무적으로 설치하도록 하고 있지만, 정신의료기관은 이러한 기준이 없다. 정신의료기관에는 격리시설에 대한 설치 근거나 기준도 마련돼 있지 않다.
따라서 인권위는 “최근 대구 제2미주병원, 청도 대남병원, 다나병원 등과 같은 정신의료기관의 코로나19 집단감염 사태는 예견된 피해였다”면서 “정신의료기관의 시설 및 장비기준을 조속히 개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