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비평] 기자는 묻고 경찰은 답했을 뿐? 피의자 정신병력 공개는 인권침해
- 창녕아동학대사건..피의자 친모 정신병력 공개는 인권침해, 인권위 의견표명
- 우울증, 조현병 있으면 범죄 가능성 높다?
실제로는 비(非) 정신질환자 범죄율, 정신질환자보다 15배나 높아
◆ 김언경> 오늘은 브리핑에 대해서 얘기해보려 하는데요. 주요 사건이나 범죄와 관련해서 경찰이 브리핑을 할 때, 그 장면이 실시간으로 생중계되어서 여과 없이 국민에게 전달되는 경우도 있고요, 사실 경찰과 언론 모두 관행에 따라 보도해도 된다, 라고 생각해왔던 게 사실이죠. 그런데 경찰이 이런 말을 할 때, 그대로 보도하는 것이 적절한가. 경찰은 기자가 묻는 것에 대해 그대로 답변하는 게 적절한가에 대해서 우리가 그동안 깊이있게 생각해보지 않은 부분이 있습니다. 지난 11일에 국가인권위원회가 이와 관련해서 의미 있는 판단을 하나 내놨습니다. 바로 경찰이 언론 브리핑 과정에서 어떤 사건 사고의 관계자의 동의를 받지 않은 채 그 관계자의 정신 병력을 언급하여 언론에 보도하게 된 것은 인권침해라고 판단한 것입니다.
◇ 김양원> 네, 사건이나 사고의 경찰 브리핑. 사실 저희 YTN같은 뉴스 채널에서는 하루에도 몇 번씩 전해지는 경우가 있는데요. 근데 특히나 흉악범죄의 경우에 피의자의 사건동기를 추정하면서 '정신병력' 이런 것들이 곧잘 언급되곤 하는데요. 이번에 인권위가 인권침해라고 지적한 사건은 어떤 것이었습니까?
◆ 김언경> 사실 굉장히 충격적인 사건이었는데, 창녕에서 친엄마와 계부 사이에서 양육되고 있던 11살, 만 9세 여아가 부모로부터 정말 오랫동안 고문에 가까운 학대를 일상적으로 받았다, 그러다 탈출해서 세상에 알려진 사건이 있었습니다. 우리가 창녕아동학대사건이라고 부르는데요. 저도 이 사건을 보고 너무 가슴이 많이 아파서 며칠을 괴로워했던 기억이 납니다. 그런데 이 사건 당시에 경찰이 언론브리핑을 하면서 기자가 친모가 정신병력이 있지 않냐라고 물었고요. 이 질문에 경찰이 그렇다는 취지로 답변을 했습니다. 이후 친모의 정신병력 관련된 내용은 거의 많은 언론에서 보도가 되었습니다.
◇ 김양원> 그랬죠. 창녕 아동학대 사건, 아마 많이들 기억하실 거예요. 어린 여자 아이가 슬리퍼만 신은 채 배회하다가 주변 이웃에 의해 발견되면서 학대 내용이 세상에 알려졌던 건데, 그러면 당시 학대아동의 어머니, 친모가 이렇게 정신병력이 보도된 것은 이것은, 뭔가 내 인권침해다, 이렇게 진정했던 것인가요?
◆ 김언경> 아닙니다. 해당 부모가 아니고요. 제3자가 국가인권위원회에 이런 행태에 대해서 진정을 낸 것으로 보입니다. 왜냐하면 인권위에서는 이걸 각하를 했어요. 피해자가 아닌 사람이 한 진정에서 피해자의 신원 및 권리구제 의사가 파악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국가인권위원회법'에 따라 각하를 했습니다. 그런데 이 진정인의 취지는 굉장히 좋았어요. 진정 취지가 본인 동의 없이 정신병력을 대중에게 임의공개해서 당사자의 사생활을 침해했을 뿐 아니라 그로 인해서 정신질환이 범죄와 상관관계가 있는 것처럼 부정적인 고정관념을 강화시켰다, 라는 것이 진정취지였습니다. 인권위는 이걸 각하는 하지만, 이 사안의 위중함, 그리고 진정취지에 대해 공감했던 거로 보이고요. 그래서 경찰의 개인 민감정보 임의공개에 대한 재발방지의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해서 장애인차별시정위원회에서 의견표명하기로 결정했다고 합니다. 이 의견표명의 글들이 한 줄 한 줄 다 매우 의미 있다고 생각해요.
◇ 김양원> 자, 그런데 일단 본인이 원치 않았는데 본인이 갖고 있는 정신질환의 여부가 공개적으로 밝혀진 것. 이것은 개인정보 침해라는 것을 사생활 침해라는 것을 인정합니다. 그런데 일단 피의자잖아요. 그러면 범죄라든가 자기 아이를 학대한 사건이었는데, 동기를 파악하고자 하는 것도 어떻게 보면 국민의 알권리라고 해야 할까요? 개인의 사생활, 국민의 알권리, 이게 충돌하는 상황인 것 같은데. 이럴 땐 그럼 어떻게 해야 해요?
◆ 김언경> 국민의 알권리가 굉장히 우리에게 중요한 것이고요. 실제로 사회에 발생하는 모든 범죄에 대해서 우리 국민은 알권리가 있습니다. 그런데 헌법에는 타인의 명예나 권리 또는 공중도덕이나 사회윤리를 침해하는 상황에서는 알권리가 제한돼있다고 명시돼 있어요. 그리고 실제로 경찰 수사사건 등의 공모에 대한 규칙에서도요. 원칙적으로는 수사내용을 공개할 수 없게 돼 있고. 예외를 오히려 제한하고 있어요. 예외가 이런 것만 있다. 라는 건데. 그 예외의 경우에서도 당시의 친모는 검거가 완료됐고요. 그것을 발표하지 않음으로써 얻을 이익이 없다는 거예요. 그렇기 때문에 당시 이 정보를 발표하지 않는 게 오히려 법에 따라, 규칙에 따라 적절한 행동이었다는 것이고요. 인권위 의견표명문에서 제가 말이 너무 좋아서 꼭 전해드리고 싶은 말이 있어요. "경찰 개개인이 기자의 질문에 대해 사사로이 답변하거나 언론브리핑 자료에 포함시키거나 언론브리핑 시 기자들이 인지한 정보의 사실인 질의에 대해서 답변하는 등의 방법을 통해 정신질환자의 치료전력을 본인 동의 없이 제공 및 유출하는 행위는 원칙적으로 금지하여야 한다, 다만 부득이한 경우를 대비하여 법무부의 형사사건공개심의위원회와 유사한 절차가 마련될 필요가 있다"라고 했거든요. 그러니까 경찰은 꼭 좀 지켜주셨으면 좋겠고. 언론들도 이런 내용을 충분히 인지해서 앞으로는 절차를 지키지 않은 정보에 대해서는 보도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싶습니다.
◇ 김양원> 공개 브리핑 현장에서 언론도, 기자도. 이런 부분에 대해 숙지할 필요가 있다. 이런 말씀이신데, 우울증이나 조현병을 앓았던 전력이 있으면 범죄를 일으키기 쉽다. 사실 이런 정신질환에 대한 부정적인 고정관념을 강화시켰다는 주장에 사실 저도 크게 공감이 가는데요. 근데 우리가 이상하다, 이거 왜 이러냐, 라고 느끼지 못할만큼 너무 흔한 일이었어요.
◆ 김언경> 맞습니다. 아주 흔한 일이었고요. 제가 예를 좀 찾아보니까 2017년 6월에 미성년자인 가해자가 초등학생을 유인 후 살해하고 시신을 훼손한 사건이 있었습니다. 당시 채널A 뉴스뱅크에서 이 사건을 전하면서 진행자가 이렇게 말해요. 그런데 조현병이라든가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는 사람의 경우에는 현실과 가상을 더 분간을 못 할 텐데 그런 사람들이 이런 게임에 빠지고 심취하면 사실상 걸어 다니는 폭탄들이 우리 주변에 있는 거 아닐까요, 라고 말하거든요? 그리고 또 비슷한 시기에 아파트 외벽 페인트 작업을 하던 작업자의 밧줄을 끊어서 사망에 이르게 한 사건도 있었는데, 당시 피의자에 대해서도 정신질환이 있을 것이다, 라고 얘기하는데요. 6월 13일 채널A 신문이야기 돌직구쇼에서 출연자가 이렇게 말합니다. "너무나 황당해서 제가 어떻게 이럴 수가 있는가 하고 찾아봤는데 이 사람이 지금 정신적으로 정상이 아닌 걸로 나오고 있네요" 그렇게 말하니까 또 다른 출연자가 "어떻게 이렇게 정신병 있는 분들 있잖아요. 이런 분들에 대한 국가적 조치도 분명히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이렇게 조현병 환자를 '걸어 다니는 폭탄', 잠재적 범죄자로 강조하고 이들에 대해 무조건 인권침해를 하더라도 조치가 필요하다, 강력한 조치를 만들어라. 국가가. 이런 주장을 하는 건 매우 부적절하고 경솔한 보도태도입니다. 그리고 드라마도 황당한 게 있었는데요. SBS 드라마 <황후의 품격>에서 테러를 일으킨 테러범에 대해 이렇게 말합니다. "조현병 환자였답니다. 망상에 빠져 폐하를 공격한 모양이에요."라고 말합니다. 당시 이 방송은 조현병 환자를 '테러범', '망상에 빠진 자'로 규정하는 표현을 써서 부정적 이미지를 덧씌웠다는 이유로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서 인권보호 조항 위반으로 법정제재인 주의를 받기도 했습니다. 이렇게 보도는 물론이고 드라마, 오락프로그램에서도 많이 조현병 환자에 대해 조롱과 부정적인 이미지를 덧씌우는 그런 게 일상화돼 있었단 거죠.
◇ 김양원> 미디어들이 정신 장애인에 대한 편견, 차별 이런 걸 확산시켜 왔단 말씀이시네요.
◆ 김언경> 네. 그런데 또 정작 그들이 그렇게 위험한가 라고 생각해 보면 객관적으로 그렇지 않단 거예요. 지금 보면 2016년 대검찰청 자료에 따르면, 비정신질환자에 의한 범죄율이 1.4%고요. 정신질환자에 의한 범죄율은 0.1%, 그러니까 15배가량 오히려 비정신질환자 범죄가 높은 거예요. 강력범죄의 경우도 비정신질환자의 범죄율은 0.3%고요. 정신질환자 범죄율 0.05%로 6배가량 높습니다. 학계에서도 조현병은 꾸준한 치료를 받게 된다면 상당 부분 조절, 완화할 수 있는 병이고. 망상이나 과잉된 행동이 유일하거나 빈번한 증상이 아니라고 분명히 밝히고 있습니다.
◇ 김양원> 실제로는 정신질환자보다 그렇지 않은 사람들이 범죄를 저지른 비율이 훨씬 높았네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꾸 언론에서는 정신질환 전력이 있으면 잠재적 범죄자로 취급하는 보도들이 잇따르고 있다.
◆ 김언경>네, 그렇죠. 특히 '조현병' 등 정신병력을 가졌거나 정신장애인의 범죄를 다룰 때, 제발 사건의 동기가 될 수 있는 다양한 정황 중에서 그 정신병력만을 강조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어떤 사건에서 그 병력 때문에 그럴 가능성이 얼마나 있는지 전혀 연구된 바도 없어요. 그런데 근거도 없이 정신질환자와 정신장애인의 폭력성과 위험성을 과장하는 것은 많은 사람들에게 사회생활에 큰 걸림돌이 될 수 있습니다. 특히 정신장애인과 정신병력을 가진 사람들은 격리해야 한다고 강경대응을 요구하는 것도 혐오표현이 될 수 있으므로 그만해야 하고요. 무엇보다 특정 집단에 대한 차별과 편견은 개인의 사회적 고립을 강화해서 사회통합을 저해하게 되고요. 그리고 조현병 가족에게는 사회적 낙인으로 인한 고통이 엄청나게 오거든요.결과적으로는 우리 사회에 절대 도움되지 못하는 보도행태라고 볼 수 있습니다.
출처 : YTN(www.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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